신혼여행 포토북을 손에 넣기까지!
빌라에 사는 우리에게 외출중에 택배를 받는 일은 항상 조심스럽다. 지난번에 만든 포토북은 계단 밑에 놔두었다가 잘 받았다. 그 경험을 살려 아내는 택배기사님에게 이번에도 계단 밑에 놔달라고 했다. 이미 경험이 있던 기사님이 알았다고 했다. 외출후 아내는 다른 볼 일을 보러가고 혼자 집으로 왔다. 앨범이 왔겠구나 하는 기대감으로 계단을 둘러본다. 이런 깨끗하다. 아무것도 놓인 것이 없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서 포토북이 없다고 알렸다. 설마가 현실이 되어버린 순간이다. 아내는 기사님께 확인 후 나에게 연락을 주었다. 이 순간 이것을 가져갈만한 분으로 한 분이 떠오른다. 같은 빌라에 사시는 폐지 주으시는 아저씨! 사람을 의심하면 안되는데 이건 의심에다가 화까지 오른다. 아내의 수고를 보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뜨면 컴터 앞에서 열심히 만들던 아내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하나 다시 주문하면 되지만, 나의 것에 손을 댄 누군가에게 화가 난다.
집에서 쉬다가 밖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얼른 창문을 열어보았다. 폐지 아저씨가 작업중이다. 얼른 내려가보았다. 아저씨는 사라지셨다. 박스가 몇개 보인다. 어라 그중에 우리가 포토북 주만한 로고가 보인다. 박스안을 보았다. 이런 안은 비었다. 주변에 혹시나 있나 싶어서 열심히 찾아보지만 없다. 아저씨가 보이려나 싶어서 내려가보았다. 사라지셨다. 아저씨가 따로 챙겨놓으신건가. 아니면 애들이 꺼내서 박스만 버린건가. 고민한다. 그렇지만 알 수는 없다. 아저씨를 만나면 물어볼 수 밖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네 아래까지 내려가보았지만 안 보인다.
두번째 인기척. 아저씨가 밑에 계신다. 전화를 한다. 얼른 내려갔다. 아저씨는 어느새 저위에 계신다. 혹시나 해서 두리번 거리지만 포토북은 안 보인다. 아저씨에게 다가간다.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더니 아내가 챙겨놓았단다. 그간의 화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포토북을 찾았으니까! 그냥 그거면 됐다. 아저씨가 따라 내려와서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포토북을 챙겨주신다. "사진을 보니까 많이 봤다 싶었는데 누군지 기억이 안 났는데, 딱 보니까 알겠네!"그러면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나도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아직 밖에 있는 아내에게 보고한다. 아내가 포기하고 있었는데, 찾아서 다행이란다. 어떻게 찾았냐며 대견해한다. 좋아하는 아내를 보며 내가 더 신난다. 그리고 포토북을 보며 그때를 그리며 신난다. 그리고 그때보다 엄청 살 찐 나를 보며 살을 빼보자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