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한국의 글쟁이들(구본준 / 한겨레출판)
SMK_JOO
2014. 10. 23. 00:11
BOOK REVIEW
나도 꿈꿔 본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아내는 우스갯소리로 책에게 밀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다가 삶이 바뀐 사람들이 있다. 아니 삶을 거기에 맞춰 갔다고 보는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삶에서 배운다. 꾸준히 읽고, 요약하고, 글을 쓰다가 쌓이다 보면 그것이 언젠가는 나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지금 당장은 부족하지만 이것이 쌓여서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희망을 가져본다. 막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있을까 고민하며 주춤거리던 나를 강하게 당겨준다. 그래서 사람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면서 내 삶의 방향을 가늠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게 된다. 직접 보면 좋겠지만 책으로 만나고 접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내겐 기쁨이다.
‘한국의 글쟁이들’에서 구본준씨에게 18인의 저술가를 소개 받았다.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데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책을 보다 보면 아는 것이 미천하여 줄을 긋고 공감하는 부분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책을 읽은 후에 줄 그은 부분을 컴퓨터로 옮기는 시간이 더 걸린다. 그렇게 책을 한 번 더 되새긴다. 그러다보면 머리 속에 뭉개구름 같이 맴돌던 생각이 작가의 글을 보며 형상화 되어 내 손에, 내 머리에 각인될 때도 많다. 어쩔때는 정리되어 있던 생각도 저자의 말에 힘을 얻기도 한다.
읽어보고 싶은 작가를 골라보고, 읽고 싶은 책들을 적어보았다.
“만만한 거죠. 저는 독자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제 눈높이가 바로 젊은 독자들 눈높이에요. 전성기를 향해 항상 진행형이라는 게 젊은이들과 같은 거죠. 나이 들면 사람들은 세상 다 산 것처럼 ‘돌아보니 이렇더라’고 쓰기 십상인데 저는 반 발짝 앞에서 제가 목격한 세상을 보여주면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거예요. 멀리 떨어져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똑같이 누군가를 욕하기도 하고, 깨져도 앞으로 조금씩 나가려고 무진 애를 쓰는 언니, 누나로 보는 거지요.” 이렇게 말하는 한비야는 책에서 어떻게 자기 삶과 생각을 풀어내는지 궁금해졌다. 유명해서 남들이 읽기에 안 읽었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라는 책을 조만간 읽겠다 다짐하게 된다. 말하고 싶은 게 목구멍까지 차서 도저히 토해내지 않고는 못 견딜 때까지 견딘다고 하는데 나도 그때까지 꾸역꾸역 넣어보아야겠다. 아직 많이 비어 있어서 토할때까지는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다.
그리고 표정훈. 표정훈씨는 정민을 읽고 바로 읽어보았다. 그는 어떻게 출판칼럼니스트를 만들고 되었는지 궁금했었다. 책을 읽고 좋다로 끝난 것이 아니라 꾸준히 독서감상문을 쓰고, 그것이 쌓여서 그를 출판칼럼니스트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도 책을 읽고 요약하고 글을 적다보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그걸로 먹고 살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주변에 책을 읽으려고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해본다. 그렇게 나의 첫걸음을 내디뎌보자!
이책을 조금 더 빨리 보았다면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보았기에 이들의 삶에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림을 그리게 된다. 책을 사고서 그것이 나의 노년의 준비라고 하시던 분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다들 재테크를 하면서 노년을 준비한다. 나도 책을 사봐야겠다. 책을 읽고, 글을 끄적여 보고, 그렇게 나의 이야기들을 쌓아서 노년에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다면 멋쟁이 할아버지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꿈을 꿔본다. 꿈을 실현하리라!
차례
- 우리 시대 최고의 인문교양 글쟁이_국문학 저술가 정민
- 미술과 대중을 이어준 도전적인 개척자_미술 저술가 이주헌 -> 50일 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 미술로 보는 20세기 / 서양화 자신있게 보기
- 대중이 원하는 역사는 따로 있었다_역사 저술가 이덕일
- 삶과 글이 일치하는 글쟁이_NGO 저술가 한비야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치열한 지식 전사, 진정한 프로 저술가_동양철학 저술가 김용옥
- 스스로 새로워지는 힘을 만드는 글쟁이_변화경영 저술가 구본형
- 교양만화의 아버지_만화가 이원복
- “나는 고객 성공을 위한 가치창조자”_자기계발 저술가 공병호
- 좌절을 딛고 일어선 2모작 인생_과학칼럼니스트 이인식
- 너희가 아키비스트를 아느냐_민속문화 저술가 주강현
- 가장 뛰어난, 그러나 가장 불행한 글쟁이_만화작가 김세영
- 글쟁이 팔자는 타고나는가_건출 저술가 임석재
- 책은 집념과 오기의 산물_교양미술 저술가 노성두 -> 천국을 훔친 화가들
-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아름다운 교향곡을 지휘하다_교양과학 저술가 정재승
- “나는 문필가여”_동양학 저술가 조용헌 -> 나는 산으로 간다
- 옛 사람 마음을 읽어 들려주다_전통문화 저술가 허균 -> 한국의 정원:선비가 거닐던 세계
- 가장 이상적인 지식인 글쟁이의 모델_서양사 저술가 주경철 -> 문화로 본 세계사
- “나는 내 직업을 만들었다”_출판칼럼니스트 표정훈
발췌
(P22-23) 정민 교수의 글쓰기 팁
- 글에서 부사와 형용사를 30퍼센트 정도만 줄여보라. 글쓰기는 전달력이 중요한데, 이 전달력은 문장을 줄일수록 늘어난다.
- 종결어미 관리 : '~이다' 체를 기본으로 하고, 가끔 힘을 줄 때 '~있다' 체와 '~것이다' 체를 적절히 사용.
- ~다(이다) : 기본. 권투에서 잽과 같음.
- ~있다 : 글이 늘어져 긴장감이 없어지는 약점. 강조할 때 한번씩 사용. 권투에서 어퍼컷이나 훅.
- ~것이다 : 자주 쓰며 짜증나는 글이 된다. 강조할 때 한번씩 사용. 권투에서 스트레이트
(P.31) 저널리즘, 소통_이주헌
이씨가 생각하는 저널리즘은 결국 ‘소통’의 문제다. 정보자 니식 등 필요한 것을 전하는 과정에서 일상의 언어로 길을 터주는 것이다.
(P.59-60) 한비야
“만만한 거죠. 저는 독자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제 눈높이가 바로 젊은 독자들 눈높이에요. 전성기를 향해 항상 진행형이라는 게 젊은이들과 같은 거죠. 나이 들면 사람들은 세상 다 산 것처럼 ‘돌아보니 이렇더라’고 쓰기 십상인데 저는 반 발짝 앞에서 제가 목격한 세상을 보여주면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거예요. 멀리 떨어져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똑같이 누군가를 욕하기도 하고, 깨져도 앞으로 조금씩 나가려고 무진 애를 쓰는 언니, 누나로 보는 거지요.”
어렵게 썼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누구나 경험하고 싶지만 좀처럼 해보기 어려운 것을 직접 하고 쓴 책, 그고 누구나 옳다고 믿지만 잘 들여다보지 않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 독자들과 소통한다는 당연한 교훈을 준다.
말하고 싶은 게 목구멍까지 차서 도저히 토해내지 않고는 못 견댈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P.85) 구본형의 책 읽기 원칙
1. 저자 파악하기
처음 접하는 저자면 책을 읽기 전에 꼭 지은이에 대해 한두 시간 검색해본다. 지은이가 어떤 경력을 지닌 사람이며, 어떤 생각을 해온 살마인지 먼저 파악한다. 이런 과정이 오독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2. 책을 읽으면서는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저자라면’ 하는 생각을 수시로 하는 것이다. ‘내가 저자라면 이 사례를 썼을까? 이런 소제목을 달았을까?’ 같은 질문들이다. 본인이 글쟁이여서가 아니라 가장 좋은 독서법이어서다.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해봐야 처음에 몰랐던 고민들이 보여요. 깊이 읽기 방법이죠.”
3. 읽은 다음에는 인용할 글귀를 메모한다. 그리고 가급적 읽은 책과 관련된 칼럼을 쓴다.
책의 주된 의도를 이해하고 그 주제의식을 자기화하는 작업과정이다. 독서와 함께 그가 가장 즐기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후배이자 제자이기도 한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들과의 교류다. 이 모임을 통해 그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부하고 배우는 한편 자신이 경험한 인생의 긍정적인 교훈을 공휴가 전파하기를 꿈꾼다.
(P.85) 구본형의 책 쓰기 방법 모임
일주일에 책을 한 권씩 읽는 것. 그리고 읽을 때마다 칼럼을 쓰는 것이다.
1. 당신의 첫번째 책을 구상해보라고 권하고 질의응답을 한다.
2. 다음에는 책의 목차를 정해보라고 한다.
3. 구상한 책을 쓰기 위해 읽어야 할 책 목록을 제출하게 한다.
4. 소개안을 쓴다. 서문까지 함께 쓴다. 구씨가 제시하는 소개안을 쓰는 법은 이렇다. “당신이 죽은 뒤 당신 영혼이 당신 장례식에 가서 마지막 생애를 그리는 1분 연설문을 작성해 보세요.”
5. 당신 책이 이 분야의 기존 책과 다른 점 다섯 가지를 써보세요.
(P.103) 이원복의 콘텐츠 창조 원칙
단순명료.
모든 콘텐츠는 원래 단순하고 명쾌한 것이다. 그런데 이걸 어렵게 해석해놓아 복잡해 보일 뿐이다. 그걸 다시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지식 전달의 요체가 된다.
“박하사탕이라고 하면 아주 단순명료한 것이에요. 달콤하고 화한 것이잖아요. 그런데 종이포장을 입히고 그 위에 다시 비닐로 싸놓으니까 잘 안 보이죠. 원래 간단한 것을 해석의 포장을 덧씌우니까 복잡해 보이는 거예요. 달콤한 것인데 매콤하다고 오해할 수 있는 겁니다. 어려워 보이게 되기도 하구요. 그렇게 덧씌운 포장을 다시 벗겨내주는 것이 중요해요. 어려운 것을 해석하면 더 어려워지잖아요.”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 비교하고 분석해서 단순명료하게 정리해주는 것, 그게 그의 힘이다.
“자신 있게 일반화해 말해주려면 신앙이 있어야 해요. 무슨 신앙인고 하니, 키워드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는 신앙이에요. 반드시 해석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고 믿고 나름대로 찾아내는 거죠.”
(P.105) 이원복의 합리성
그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바로 합리성이다. “만화는, 과학이에요. 결정적인 순간에 웃기기 위해서는 기승전결을 통한 결정적 반전이 필요해요. 그걸 짜내는 데에는 합리적인 사고와 과학적 사고가 필수입니다. 합리적인 사고를 깰 때 웃음이 나오는 것이니까 합리적 사고를 알아야 역발상이 나오는 것이죠. 그 역발상이 과학입니다.”
(P.135) 이인식의 자료론
자료수집이란 존재하는 것들의 관계를 찾는 것이며, 자료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찾아내는 사람이 진정한 글쟁이요, 이를 잘하는 이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자료들 사이의 관계를 찾아 정보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바로 그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요체다.
(P.156) 김세영
“영화나 책이나 어떤 목적으로 공부하거나 작품을 쓰기 위해 보지는 않아요.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냥 좋아서 즐기는 겁니다. 작품을 쓸 때도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고. 모르면 못 쓰는 것이니까.”
모든 것의 이유가 “좋으니까”라고 말한다.
(P.167) 임석재의 자료
자신이 직접 분류, 정리한 자료라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자료를 찾는 과정, 찾아서 평가하는 과정, 그리고 정리하고 보관하는 모든 단계가 공부이자 저술 활동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P.169) 임교수의 자료철학은 ‘눈덩이론’이다.
“자료는 눈덩어리 같아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굴러가요. 물론 사놓고 평생 안 볼 책도 있지요. 그런데 그걸 버리면 나머지 자료들도 같이 죽어요. 경영효율로는 설명이 안 되는데 학문적으로는 그래요. 자료가 많아지면 생각이 넓어지는 효과도 있어요. 자료가 오히려 연구주제를 넓혀주기도 하는 거죠.”
(P.207) 조용헌
팩트는 힘이 세다. 그러나 팩트 자체로는 팔리지 않는다. 팩트는 이야기가 될 때 팔린다.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 문어와 구어의 일치”가 글쓰기 철학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