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혼자의 일상이 함께의 일상이 되다 (홍정환의 호당 선생, 일상을 말하다를 읽고)

SMK_JOO 2019. 7. 7. 00:00

 

혼자의 일상이 함께의 일상이 되다.

<호당 선생, 일상을 말하다>를 읽고

  

  4 50. 새벽기도를 가고자 하는 마음에 맞춰 놓은 알람에 눈을 뜬다.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눕는다. 어제 늦게 자서 피곤하니까, 오늘은 일이 많으니까. 나의 머리는 이럴 때는 휙휙 잘도 돌아간다. 다시 누웠다가 6 30분에 울리는 알람. 이건 무시할 수 없다. 지금 일어나서 씻지 않으면 지각이다. 지각하면 벌금 만원이다. 나의 행동의 큰 동기부여가 된다. 아침식사는 물 한잔, 토마토 한 개, 차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시작이다. 회의와 미팅으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면 이미 나에겐 체력이 없다. 딸과 놀아주면 피곤에 지쳐 잠이 든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나는 항상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과 함께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나님을 매일 생각하며 보낼 수 있을까? 그런 고민때문에 영성에 관한 책을 봤었다. 읽고 나면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된다는 건가?’였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무엇이 잘 사는 것인지 모르기에 했던 치기어린 생각이었다. 아직도 다듬어져 가고 있는 중이지만, 요즘엔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어떤 것을 보아야 하는가? 하나님은 어떤 것을 좋아하실까? 정답은 모른다. 그냥 하나님의 뜻과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고자 애를 쓸 뿐이다.

  <하느님의 현존 연습>을 보고 참 좋다고 생각했었다. 로렌스 형제는 이렇게 말했다. "온 세상이 더는 제 동무가 되어줄 수 없는 듯합니다. 제가 육신의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은 마치 꿈이나 환영처럼 제 앞을 스쳐갑니다. 제가 영혼의 눈으로 보는 것만이 제가 원하는 것이며,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면 저는 무기력하고 괴로워집니다. 한편으로는 밤의 어둠을 몰아내버리는 거룩한 정의의 태양에 눈부시고, 다른 한편으로는 진창과도 같은 제 비참함으로 눈이 멀어, 저는 종종 제 정신이 나가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통상적으로 하는 일은 무익하지만 충실한 종답게 겸손하게 하느님의 현존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두번 교회를 가는 우리에게 일상을 하나님과 함께 하는 거룩한 삶으로 초대하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진다. 일상을 말하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방향성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어떻게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하나님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 저자의 삶을 대하는 깊이와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보게 된다.

  설거지를 통해서 허드렛일이 담고 있는 살림의 가치, 잠을 통한 믿음의 표현,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 히브리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하나님의 손에 자기를 맡기겠다는 믿음의 표현인 잠. 똥을 이야기하면서 비움과 채움의 균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일은 타락의 결과가 아닌 사람의 존재 이유이고, 옷을 입으며 하나님이 인간에게 가장 처음으로 준 선물을 생각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순간에 하나님을 기억하는 것. 잠자리에 들면서 나의 열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고, 옷을 입으며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일터에서 하나님과의 동행을 꿈꾸어 본다.